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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오발탄-이범선

by 이나공간 2019.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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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발탄

 

 줄거리

  극심한 생활고로 아픈 이를 빼지도 못하고 나일론 양말을 사면 오래 신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값싼 목 양말을 살 수밖에 없는 계리사 사무실의 서기 송철호는 양심을 지켜 성실하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믿는다. 점심을 굶어서 허기진 배를 안고서도 도시락 주머니가 없어 홀가분하다고 위안을 삼으며 해방촌 고개를 넘어 엉성한 집으로 찾아온다. 삼팔선을 넘어 그리운 고향을 찾아서 '가자! 가자!'라고 헛소리를 외쳐대는 미친 어머니의 쉰 목소리를 들으면서 송철호는 방으로 기어든다. 간단한 저녁을 끝내고 답답한 집을 나와 수많은 등불들을 바라보면서 기구한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삼촌이 사줬다는 빨간 신발을 곱게 받쳐 들고 잠든 딸아이의 머리맡에 앉아 있는 만삭의 아내 얼굴에서 모처럼 가느다란 웃음을 본다. 고학으로 고생고생 다니던 대학 3학년을 결국 중퇴하고 군에 입대하여 상이 군인이 되어 돌아온 동생 영호가 매일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나 마시고 양담배만 피우는 것이 못마땅하였다. 그런데 동생은, 양심이니 성실이니 하는 것은 약한 자가 공연히 자신의 약함을 합리화시키려고 고집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도 이제 도덕이나 규범, 법 같은 모든 것들을 벗어던지고 잘 살아 보자고 대든다.
 모두가 잠자리에 들어 고요해진 순간 '가자! 가자!' 하는 어머니의 헛소리가 울리고, 잠이 깬 명숙이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벅차 오르는 서글픈 눈물을 참지 못하고 쏟아버린다. 잠에서 깬 딸아이는 빨간 신발을 보고 머리맡에 신주모시듯 곱게 놓고서 다시 잠이 든다.
 다음날도 점심을 넘기고 허기진 배를 보리차로 채우려는 순간 전화가 왔다. 동생 영호가 권총 강도로 붙잡혔다는 것이다. 기어코 일을 벌린 동생을 면회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동생 명숙이는 아내가 병원으로 실려갔다면서 100환짜리 한 뭉치를 준다. 허겁지겁 병원에 왔으나 아내는 이미 죽은 뒤였다.
 그는 정신없이 뛰쳐나와 치과에서 이를 몽땅 빼내 버리고 배고픔을 느끼자 식당으로 가서 설렁탕을 시켜 먹고 택시를 잡아 타고서 집으로, 병원으로, 경찰서로 정신없이 오간다. '어쩌다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라고 투덜대는 운전 기사의 말도 그는 듣지 못한다.

 등장 인물

송철호 : 성실한 소시민이다. 성실하고 근면하나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면도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절박한 현실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송영호 : 동생. 제대한지 이 년이 되는 실업자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인물이다. 형 철호와는 달리 기성의 것을 깨부수려는 비도덕성을 지녔다. 그래서 소시민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확천금을 꿈꾼다.

송명숙 : 여동생. 양공주로 전락한 인물이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나 소극적이다.

어머니 : 고향 상실과 전쟁의 상처 등으로 인해 실성한다. 전후의 비극을 가장 집약적으로 상징하는 인물이다

 구성

  발단 : 열심히 일해도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계리사 송철호는 삶에 울분을 떠 트린다.
  전개 : 정신 이상자인 어머니, 실업자인 남 동생, 양공주가 된 여동생 사이에서 송철호는 절망감을 느낀다.
  위기 : 송철호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남 동생 영호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의 차이를 놓고  대립한다.
  절정 : 동생 영호가 강도 짓을 하다 잡혔다는 연락이 오고, 집에서는 아내가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전한다.
  결말 : 아내의 죽음을 확인한 송철호는 고집스럽게 양쪽 어금니를 다 뽑고 택시를 잡아타지만 행선지를 대지 못하고, 삶의 방향마저 상실한 자신의 모습이 오발탄임을 느낀다
 

 갈래 : 단편소설, 전후 소설
문체 : 간결체
성격 : 사실적
제재 : 힘들게 살아가는 철호 가족들의 생활
주제 : 분단의 고통과 전쟁의 상혼을 고발하고 자유와 평화에 대한 의지와 동경
배경 : 시간적으로는 6·25 직후 사회적 빈곤과 실향민들의 아픔이 절정이던 시기이며, 공간적으로는 서울의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해방촌.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상의 특징

◎ 자극적이고 감동적인 이범선 자신의 독특한 설법의 효과
◎ 당시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묘사
     전쟁 이후 한국 사회가 겪고 있던 참다운 시련(허무주의라 일컬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였다.
◎ 사회 부정에 대한 반감을 가장 직설적인 방법으로 표상시킴.
     가중되는 생활의 압력에 의한 자포자기적 상태의 소시민 누구나 겪고 있던 사회 부정에 대한 반감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였다.

 제목 <오발탄>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

   잘못 발사된 탄환. 이 작품에서와 같이 성실하게 일하지만 아이의 신발 하나 마음대로 못 사주는 가장,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꿈을 잃고 가난에 시달리던 끝에 죽어 가는 그의 아내, 생존을 위하여 강도 행각을 벌이는 동생, 양공주로 전락해 버린 여동생-- 이들은 모두 6·25의 피해자들이다. 오발탄이야말로 이들 인생에 대한 비유인 것이다.


 어머니의 "가자! 가자!" 외침의 반복이 주는 효과의 장단점

 전쟁의 와중에 북에서 꽤 큰 지주로 살던 집을 버리고 자유를 찾아 남으로 내려와 피난민들의 판잣 집이 모여 있는 해방촌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철호의 어머니는 벌써 칠 년째 입버릇처럼 고향으로 가자고 주장한다.
 사실 어머니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어느 누구든 이념적인 문제로 남북이 분단되어 있다는 사실을 납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어머니에게 있어서의 고향은 자유라든지 민주주의따위의 이념적인 문제보다 소중한 삶의 실체이다. 그리고 고향에 대한 이러한 감정은 비단 이 어머니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공통된 생각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이러한 중얼거림은 우리 민족에게 느닷없이 다가온 분단의 충격을 있는 그대로 담고 있다. 6·25때 용산 일대가 폭격으로 인해 생지옥처럼 되어버린 날, 어머니는 실성하고 만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더욱 집요하게 '가자, 가자'를 외치게 된다. 광인의 광기 어린 대사는 극적 상황을 좀더 예리하게 부각시키는 데에는 효과를 발휘한다. 작가는 어머니의 절규를 통해, 우리 민족에게 다가온 분단의 고통을 예리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절규의 지속적인 반복이 분단의 고통에 시달리는 우리 민중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데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분단을 낳게 한 원인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소홀히 만들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좀더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즉 이러한 태도는 냉철하고 과학적인 현실 분석의 자세에서 벗어나기 쉽다. 왜 삼팔선이 만들어졌으며, 왜 한국전쟁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분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좀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인간형을 등장시켜 이 문제를 집요하게 다루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애타게 고향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반복되는 절규는 전쟁과 분단 상황이 한 개인에게 미친 영향을 제시하는 데에는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독자를 이러한 측면으로만 몰입하게 만듦으로써 독자들이 새로운 인식의 단계로 나아가는 데에는 오히려 장애가 되는 측면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친동기간인 철호, 영호, 명숙의 삶 비교.

 노동자들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 철호는 사무직 노동자이다. 철호는 어엿한 직장인이지만, 그의 생활은 사냥을 마친 자들의 왕성한 잔치가 끝난 후에야 그 자리에 가서 남겨진 내장을 핥는 나약한 원시인에 비유되고 있다. 하루 종일 일하지만 식구들의 최소한의 생계도 책임질 수 없는 그는 무능한 가장으로서의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동생이 사다 준 빨간 신발 한 켤레가 아내에게 모처럼 환한 웃음을 선사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가장의 심사는 오히려 눈물겨울 뿐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양심을 지키며 성실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소시민이다. 우리는 그의 초라한 생활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전쟁 직후의 극도의 폐허 속에서 살아 남아 지금의 한국 사회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철호와 같은 인간형이라는 점에서 그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한 전형이다.
 반면 영호와 명숙은 부정적인 인물이다. 생계를 위해 양공주로 나선 명숙과 일확천금의 허황된 꿈으로 강도 행각을 벌인 영호는 전후 사회를 절망감을 안고 사는 인물형이다. 그러나 이들의 절망적인 삶의 원인이 전적으로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부조리에 있다고 보는 것은 무책임하다. 오히려 바람직한 인간이라면 상황이 어려울 때 성실함을 다해 이를 돌파해 나가는 의지를 보이는 인물일 것이다. 영호와 명숙은 사회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 삶의 방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인물이다. 물론 사회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을 자신의 부도덕한 행위를 합리화하는 방편으로 삼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러 이유에서 우리가 영호와 명숙의 그릇된 삶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어린 조타의 신발 하나 제대로 사주지도 못하는 그들의 형편을 이해한다면, 그들의 선택에도 일말의 동정이 간다. 또한 절망적이고 어려운 삶을 무조건 참고 견디라는 설교 뒤에는 도덕적인 위선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작품의 한계

어떤 평자는 이를 '서민성의 미학' 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바로 그곳에 이범선 문학의 한계가 보이기도 한다. 이범선 소설의 주인공들은 숙명적인 환경을 아무런 반성 없이 그대로 수락하는 소시민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것은 그의 소설이 사회 고발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왜 서정적인 목소리를 유지하는가의 이유가 된다. 그리고 이범선이 다루고 있는 소시민은 그들의 패배와 좌절을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 밖으로 확산시키지 못하고 자신의 뇌수 속에 그것을 한정시켜 버리고 만다. 그러한 굴욕적인 체험을 스스로가 수락하는 과정 속에서 소시민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사건의 의미

  양동이에 잉크 묻은 손을 씻다가 잉크 방울이 물에 퍼져 나가는 것을 보고는 피라고 생각한다. 파란 명주실같이 풀려 나는 그 잉크 물을 보고 잉크가 손 끝에 묻은 것이 아니라 생활하다 입은 상처 때문에 내부에서 피가 흘러 엉겼다가 물에 풀리는 것이라는  연상을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원시인 같은 한 사나이의 얼굴을 본다. 직접 사냥은 하지 못하고 남들이 먹다 버린 더러운 내장을 얻어 먹는 원시인에 비유한다. 이러한 것은 회계에 관한 검사, 조사, 감정 등을 직업으로 하는 계리사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것은 없는 주인공의 직업과 비슷하다고 본다.
  이 작품 전체적으로 깔린 가자! 가자!라는 어머니의 외침 '가자'라는 외침은 라이트모티프로 기능한다. 라이트모티프란 '작품 전개 중 여러 차례 반복되는 소절'을 뜻하는 음악 용어이다. 특히 이 작품의 중간 중간에 이 외침을 계속 반복함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증진시킨다.
  철호가 마을 뒷산에 올라가 서울 시내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철호의 관점에서 그 심리상태를 재구성해 보겠다.
  : 좀 춥기는 해도 나는 집안보다 이곳이 좋다. 여기에는 풀과 나무,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있다. 그리고 서울의 야경이 내려다보인다. 나는 이곳에 서서 담배 한 대를 태우며 오늘을 잊는다. 나는 잊어야 할 게 너무 많다.
    "가자! 가자!"
    잊으려 하는데도, 어머니의 그 절규 같은 잠꼬대 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 바람 소리,새소리 속에도 예의 그 '가자, 가자' 하는 절규가 끼어 들고 만다. 나는 그것을 잊어야 한다. 집안의 쌀 걱정, 장작 걱정, 동생의 취직 문제. . . .나는 모든 것을 잊어야 한다. 발 밑에 서울의 야경이 내려다보인다. 술 광고 네온사인이 핑그르르 돌고 깜빡 꺼졌다가 또 번뜩 켜지고, 핑그르르 돌고는 깜빡 꺼지곤 한다. 저 아래 사는 사람들은 적어도 나보다는 행복하겠지. 핑그르르 돌다가 꺼지는 저 네온사인 밑에서는 흥겹게 어울려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겠지. 그런 행복하고 마음 편한 인생들이 있기에 저처럼 밤늦은 시각까지 네온사인은 돌고 있는 것일 테니까.
      담배 한 대를 피워 문다. 폐부 깊숙이 연기를 빨아본다. 긴 한숨이 나온다. 마침 바람이 불어와 독한 담배 연기가 눈 속을 파고 든다. 움찔, 눈물이 핑 돈다. 다시 어머니의 절규가 뇌리를 파고든다. 칭얼대는 어린 것, 없는 살림에도 늘 바지런히 움직이는 배부른 아내, 술에 취해 한쪽에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영호, 값싼 화장품 냄새와 술 냄새로 찌든 명숙이.
바람이 차다. 나는 동굴과도 같은 그 움막 속으로 이제 돌아가야만 한다.

  형 철호와 동생 영호의 대립
   형과 아우가 서로 가치관의 대립으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형을 도덕적이고 소극적 인물로 비록 가난하게 살더라도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동생은 가난하게 사는데 도덕과 양심이 무슨 소용이냐면서 그런 양심따위는 버릴 것을 권한다. 철호를 주동인물, 영호를 반동인물로 본다면 이 부분에서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갈등이 존재한다.

  동생 영호가 강도 짓을 하다가 잡힌다. 비록 가난을 조금이나마 이겨 보려고 강도짓을 했으나 양심을 버리지 못했다. 결국 잡혀 든 영호. 가난함 때문에 한때 비도덕한 마음을 먹고 범죄를 저질렀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잡히고 수감된다.

  아내가 해산하다 죽는다. 아내의 죽음으로 지금까지 태연하던 철호도 실의에 빠지고 만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으면 깨물던 이빨을 뽑는다. 그리고 나선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가려고 한다. 하지만 동생도 수감되고 아내도 죽은 지금,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 방황한다. 그리고 자신이 조물주의 오발탄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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