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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모래톱이야기-김정한

by 이나공간 2019.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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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이십년이 넘도록 내처 붓을 꺽거 오던 내가 새삼 이런 글을 끼적거리게 된 건 별안간 무슨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교원 노릇을 해 오던 탓으로 우련히 알게 된 한 소년과, 그의 젊은 홀어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그들이 살아오던 낙동강 하류의 어떤 외 진 모래톱-- <중략>

건우란 소년은 내가 직접 담임 했던 제자다. 당시 나는 K라는 소위 일류 중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낙동강 하류의 조마이섬 사람들은 땅에 대한 한 (恨)을 지니고 있다. 자기네 땅을 가지고 살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외세의 압제와 제도의 불합리에 말미암아 오늘에 이르도록 토지 소유의 혜택을 입지 못하고 사는 것이다. 일제 때는 동양척식(拓植)회사의 땅으로, 그 후에는 문둥이 수용소로 소유자가 바뀌었다. 건우네 집도 마찬가지였다. 건우네는 아버지가 삼치잡이에 나가서 죽고 할아버지 갈밭새 영감, 어머니와 같이 지낸다.
할아버지인 갈밭새 영감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살길은 막연하기만 하다.

  이런 절박한 현실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마철이 닥친다.  강둑을 파헤치지 않고서는 섬주민들이 살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 되어 섬 사람들이 둑을 파헤치고 있을 무렵, 소위 유력자의 앞잡이로 보이는 청년들이 나타나 이를 방해한다.  엉터리 둑을 막아 섬을 통째로 집어 삼키려는 우리들의 소행에 화가 난 갈밭새 영감은 청년 하나를 탁류 속으로 집어던졌고, 그 죄로 해서 영감은 구속되고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건우는 행방 불명된다. 모래톱은 황폐해졌고, 나룻배 통학생인 건우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고,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조마이섬을 군대가 정지하였다.
나는 조마이섬에 사는 윤춘삼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이방인처럼 보고 있었다.

핵심정리
    
갈래 : 단편 소설, 참여소설, 농촌소설
    
배경 : 시간 - 일제시대부터 1960년대까지
                
공간 - 조마이섬의 제한된 공간(소외 지대)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성격 : 저항적  
    
경향 : 사실적, 저항적
    
주제 : 소외 지대 인간의 비참한 삶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저항
구성
    
발단 : 나와 건우와의 만남.
    
전개 : 조마이섬 사람들의 비참한 삶.
    
위기 : 조마이섬에 덮친 홍수.
    
절정 : 앞잡이 청년 살인죄로 잡혀간 갈밭새 영감.
    
결말 : 폭풍우가 끝난 뒤의 후일담(감옥살이하는 영감, 건우가 조마이 섬을 떠남. 모래톱을 군대가 정지 작업).
등장인물
    
나 : 교사이자 작가. 이야기 서술자. 의식이 있는 지성인. 6.25 때 복역하였음.고발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인물들과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갈밭새 영감 : 주인공.조마이섬 사람들을 대표하는 전형적 인물. 권력 조직과 외적 파괴 작용에 항거하다가 희생됨
    
건우 : 인식이 뚜렷하고 순박한 성격을 지닌 학생  
    
  윤춘삼 : 부당한 옥살이도 함. 저항적, 갈밭새 영감과 유사한 성격.  
이해와 감상
 「모래톱 이야기」(1966)는 작가가 25년의 침묵을 깨고 발표한 첫 번째 작품이다. 지주의 횡포와 그에 대한 농민들의 항쟁을 그린 「사하촌」 시대(1930년대)의 작가 정신은 60년대 이후의 작품에서도 연속되고 있 다.
작가는 평생 부산에 살면서 낙동강변 농민들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내었다.  낙동강 하류의 어떤 외진 모래톱 - 이들에 관한 그 기막힌 사연들조차, 마치 지나가는 남의 땅 이야기나, 아득한 옛날 이야기처럼 세상에서 버려져있는 일들에 관심을 갖고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그것은 낙동강변의 조마이섬이라는 공간과 거기에 살고 있는 농민 계층을 통해 구체화된다.
  자기가 사는 고장 - 복숭아꽃도, 살구꽃도, 아기 진달래도 피지 않는 조마이섬은, 몇 백 년, 아니 몇 천 년 갖은 풍상과 홍수를 겪어 오는 동안에 모래가 밀려서 된 나라 땅인데, 일제 때는 억울하게도 일본 사람의 소유가되어 있다가 해방 후부터는 어떤 국회 의원의 명의로 둔갑이 되었는가 하면, 그 뒤는 또 그 조마이섬 앞 강의 매립 허가를 얻은 어떤 다른 유력자의 앞으로 넘어가 있다든가 하는 - 말하자면 선조 때부터 거기에 발을 붙이고 살아오던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소유자가 도깨비처럼 뒤바뀌고 있다는, 섬의 내력을 솔직히 적었을따름인데, 어딘지 모르게 무엇인가를 저주하는 듯한, 소년의 날카롭고 냉랭한 심사가 글 밑바닥에 깔려 있다.
  한 번도 자신이 붙여 먹는 땅의 주인이 되어 보지 못한 사람들, 땅을 파먹고 사는 농민들이기에 ‘땅’은 그들에게 더욱 문제시된다. 김정한의 소설들은 주로 땅의 주인이 되지 못한 농민들과 그 주인인 지주와의 문제들을 파헤친다. 이러한 그의 농민 소설들은 소작인과 지주의 대립과 갈등에 초점을 맞춘 1930년대의 작품들과는 달리 소작인의 삶과 아픔 자체에 더욱 비중을 두고 있다. 건우와 할아버지인 갈밭새 영감 그리고 윤춘삼 씨에게는 그들의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가슴속에 땅에 대한 원한이 깊이 서려 있다. 한편에는 이러한 분노를, 또 다른 한편에는 “없는 놈이 할 수 있나. 그저 이래 죽고 저래 죽는기지 머!”와 같은, 삶에 대한 절망과 한탄을 동시에 머금고 있는 이들이 그들이다.
  작품 후반부
에는 작자의 현실에 대한 저항 정신과 고발 정신이 뚜렷이 나타나 있다. 이 소설은 조마이섬이라는 농촌을 배경으로 하여, 비뚤어진 시대상에 항거하고, 서민의 고난을 증언한 작품이다. '모래톱'을 휩쓴 홍수의 와중에서 그 섬을 구해내기 위하여 유력자가 만든 엉터리 둑을 파괴한 행동, 이를 저 지하려는 유력자의 앞잡이를 살해한 갈밭새 영감의 저항은 부당하게 수탈당하고 억울하게 짓눌린 삶을되찾으려는 행위로서 '자기 희생을 통한 자유'를 선택한 것이다. 내 땅을 부당하게 빼앗고 섬을 송두리째 집어 삼키려는 유력자(有力者)에게 저항하는 한 농민의 처절한 투쟁을 통하여 비참한 농촌 현실을 증언하고 있다.
  홍수로 낙동강이 넘치려 하자 주변 사람들은 물구경을 나선다. 이들에 대해 작가는 냉소적 시선을 보낸다. 그런데 거기에 한술 더 떠서 그들은 장대 끝에 접낫(자그마한 낫)을 연결해서 물에 떠내려오는 생활품들을 건져 내는 것이 아닌가.   주위의 시선을 가리기에는 그들의 삶은 너무나 절박했다. 여기서 냉소적이었던 작가의 시선은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수준으로 누그러진다. 분신과도 같은 땅에서도 소외당하고 유력자와의 싸움에서도 어이없이 당하는 농민들이지만, 그들의 끈질긴 생활력에 대한 작가의 믿음과 기대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 김정한 (1919~           )
  
소설가. 언론인. 1950년 단편 '무명로(無名路)'가 <서울 신문>에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그의 작중 인물들은 대개 비판적인 지식인이며, 어두운 사회의 면을 묘사하는 리얼리티가 뛰어나다.(초기 작품들은 1950년대의 한국의 역사적, 사회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그 당시의 한국 사회란, 한편으로는 일제 치하에서 손상된 민족 정기를 회복하고 6·25로 인한 상처를 치유해야 하며, 다른 한 편으로는 이승만과 자유당 정권으로 말미암은 사회적 부조리를 제거하고 근대적인 시민 사회를 건설하여야 했던 책임을 지니고 있었지만, 미국을 위시한 새로운 외세의 유입으로 인해 그 역사적 과제가 심각하게 왜곡되기 시작한 시대였다.) 간결하고 지적인 문장을 쓰며, 때로는 풍자적이고 우화적인 소설을 쓰기도 하였다. 전후 문학이 일반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인간의 내적 갈등보다 행동 지향적인 면을 일깨워 인간의 외적 가치를 추구하는 성향이 짙어 고발하고 증언하는 작품이 많다. 만년에는 역사 소설에 전념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단편인 '암야행', '바비도', '오분간', '개구리' 등이 있으며, 장편으로는 '요하(遼河)', '이성계' 등이 있다

 

출처가 있었는데 접속이 되지 않는다. (http://osan.hs.kr/~hoho/korean/novel/morae.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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