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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태평천하-채만식

by 이나공간 2019.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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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천하>

  감상의 길잡이
    '태평천하'는 5대에 걸친 가족의 이야기로서 소위 '가족사 소설'의 전형에 드는 작품이다. 또한 성격의 묘사에다가 사회 전체의 실상을 암시하려는 성격 소설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표현상의 특질을 몇 가지 살펴보면, 판소리의 수법을 이용한 것이 눈에 띈다. 판소리의 창자처럼 '∼입니다.' 식의 경어체를 빌려 독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작중 인물을 조롱하고 있다. 그리고 작자와 작중 인물의 중간에 서서 작중 인물을 평하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점은 판소리 사설에서의 창자의 역할과 같다. 판소리 사설처럼 풍자도 엿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런 존대말의 풍자는 봉산탈춤에서 말뚝이가 양반을 놀리는 장면과 유사하다.
    이 작품의 원제목은 '천하 태평춘(天下泰平春)'이다. 식민지 시대를 '태평 천하'라고 여기는 주인공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통해 당시의 현실이 결코 태평 천하가 아님을 알게 해 주는 풍자의 수법을 쓰고 있다.
    '태평 천하'에서 작가는 부정적 인물들로 구성된 가족을 통하여 한말과 개화기, 그리고 일제 강점기 세대 사이의 가치관의 변화와 현실 대응에 따른 행동 유형을 보여 주고, 바탕이 옳지 못한 가정이 어떻게 허물어져 가고 있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이를 통해서 식민지 사회에서 무엇이 문제이며 무엇이 생성되어야 할 것인가를 암시하려 한다. '태평 천하'는 윤 직원 영감과 같은 부정적이고 타락한 인물에 대한 풍자가 핵심을 이룬다. 이러한 풍자는 반어(아니러니) 수법을 통한 부정적 인물의 희화화에 의해 실현되고 있다. 즉, 작가는 작중 인물을 겉으로는 추켜세우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부정적 측면을 더욱 드러내어 그 인물을 웃음거리가 되게 만들면서 추악한 일면을 폭로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풍자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는 인물은 윤 직원 영감의 둘째 손자인 종학이 한 사람뿐이다. 이는 종학이란 인물에 대해 작가가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그는 소설의 전면에 나타나지 않고 윤 직원의 욕망 표현 속에, 그리고 작품의 후반부의 '동경에서 온 전보' 속에 잠깐 나타날 뿐이다. 등장 인물의 출현 빈도수가 그 인간적 가치의 경중(輕重)에 비례하지는 않겠지만, 작가가 지니고 있는 긍정적 미래관을 구현시키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이 작품은 돈과 세속적 영달에만 집착하는 주인공의 형상을 통해 현실의 진정한 본질을 깨우치는 풍자이다. 이 수법을 구사하는 데 작가는 판소리의 형식을 이용하며 활동 사진의 변사 역할을 하는 화자를 등장시켜 주인공의 행태를 설명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한다. 
 
 
  작품의 줄거리
    1930년대 후반의 어느 늦가을. 서울 계동의 만석꾼 부자 윤직원 영감 은 명창대회를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소작료와 수형 장사로 1년에 십수만 원을 챙기는 이 거부 윤직원 영감은 타고 온 인력거에서 내리자마자 인력거꾼과 요금 시비를 벌인다. 30전은 주어야겠다는 인력거꾼과 15전밖에 못 주겠다는 윤직원 사이에 옥신각신이 있다가 마침내 25전으로 낙착을보자 거만의 갑부 윤직원은 몹시 속이 상해서 집으로 들어간다. 매년 십수만을 버는 윤직원 영감이지만 밖으로 나가는 돈은 이처럼 절치부심, 아까워하는 것이다. 치재의 비결이 워낙 이러한지라 윤직원 영감은 버스를 타더라도 짐짓 큰돈을 내밀어 거스름돈을 받지 못한다는 핑계로 무임승차를 즐기는 터이기도 하다.
  거만의 부를 움켜쥐고 있는 윤직원이지만 그에게도 비참한 역사는 있다.노름꾼이던 그의 아비 윤용규가 어찌어찌 한몫을 잡아 가산이 일게 되면서부터 윤두섭(윤직원의 본명) 부자는 화적떼로부터 무수한 약탈을 당했는데, 급기야는 어느날  밤 들이닥친 화적떼에게 윤용규가 무참히 살해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 고의춤도 여미지 못한채 달아나 명을 보전한 윤두섭은 화적들이 물러간 뒤 돌아와 참경을 목도하고 비장하게 외친 바 있다. "오오냐,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화적떼에게 뺏기고 관리들에게 수탈당하던 두꺼비 윤두섭이 세상에 외친 위대한 선언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연고를 겪으면서 모은 거만의 재산이니 그가 한푼의 돈을 쓰는 것에도 벌벌 떠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 하겠지만, 그는 착취니 뭣이니 하는 말에도 펄쩍 뛰는 무치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만큼 돈을 번 것은 자신의 치재 수단이 좋았고 시운이 따라 가능했던 것이지 절대로 남의 것을 뺏은 것은 아니라는 탄탄한 소신이 그에게 내장되어 있는 탓이다. 시골 치안의 허술함과 후손 교육을 기회삼아 서울로 올라온 윤직원 영감에겐 지금이야말로 '태평천하'이다.  든든한 경찰이 있어 도둑 걱정없고 자신의 고리대금업은 날로 성업이 되고 있으니 이런 좋은 세상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이러니만큼 현재의 그에게는 사회주의 운동 운운하는 자들이야말로 가장 경멸스럽고 두려운 인물들이다.
  그러나 현실적 위협이 없으니 그것도 피안의 불일 따름, 윤직원 영감에게 절박한 실적 위협이 없으니 그것도 피안의 불일 따름, 윤직원 영감에게 절박한 근심은 없다.  단지 남은 소원이 있다면 그의 두 손자 - 종수와 종학이 각각 하나는 군수, 하나는 경찰서장이 되어 집안에 지위와 명성을 보태어주는 것뿐이다.  돈이 있으니만큼 이러한 자리욕심이 생긴 터인데, 사실 직원이라는 그의 직함도 시골에 있을 무렵, 향교의 수장자리를 돈주고 사들인 것이다.
  자신의 만수무강과 후손의 영화를 위해 자신의 소변으로 눈을 씻고 어린아이의 소변을 사서 매일 아침 장복하는 등 갖은 양생법을 실천하는 윤직원 영감이지만 실인즉 그의 가내사정은 난맥상을 드러내가고 있다.  그의 외아들 창식은 진작 첩살림을 차려나가 하는 일이라곤 노름에 계집질뿐으로 주색잡기에 수천금을 뿌리고 있으며, 맏손자인 종수는 군수가 되리라는 명목으로 시골 군청의 고원으로 취직해 있으면서 역시 첩살림에 갖은 주색잡기로 수만의 가산을 탕진하고 있는 판이다.  둘째 손자 종학은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어 윤직원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터이지만 이도 서울집에 있는 본부인과 이혼하겠다며 성화를 피우고 있다.
  또 윤직원 영감은 회춘을 하려고 여러 차례  동기를 바꾸어 가며 동접(童接)을 기도하나, 이번에는 열다섯짜리 동기(童妓) 춘심이년이 애간장을 태우게 한다. 실은 춘심이는 윤직원의 증손자 경손이와 누이 맞아 연애를 즐기는 중이었다.
  이런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윤직원 영감에게 비보가 날아든다. 맏아들 창식이 동경으로부터 온 전보를 윤직원에게 전해주는 바, 거기에는 '종학, 사상관계로 피검' 이란 활자가 선연히 찍혀있다. 윤직원의 차손 종학이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장 증오하고 두려워 해 마지않는 사회주의에, 가장 큰 희망이요 보람이었던 경찰서장감 종학이 연루되었다는 것을 안 윤직원은 격노에 비틀거리며 소리지른다. 왜 태평천하에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는 사랑으로 사라진다.
 
 
  ▷ 발단 : 인력거를 타고 와서 그 삯을 깎으려고 하는 윤 직원 영감의 행태
  ▷ 전개 : 윤 직원 영감 집안 내력과 치부 과정
  ▷ 위기 : 둘째 손자 종학에 대한 윤 직원의 기대. 아들 창식과 큰손자 종수의 타락하고 방탕한 생활
  ▷ 절정·결말 : 종학이가 사상 관계로 일본 경시청에 피검되었다는 전보에 충격을 받는 윤 직원
 
  등장 인물의 성격
  * 윤 직원 - 낮은 신분 출신으로 치부에 성공하여 지주가 된, 이 작품의 중심 인물. 사회에 대한 불신과 피해 의식이 강하다.
  * 윤창식 - 개화기에 교육을 받은 세대로서, 윤 직원의 아들. 가치관을 상실하고 향락만을 추구하는 타락한 인물이다.
  * 윤종수 - 윤 직원의 큰손자이자, 윤창식의 큰아들. 향락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그의 부친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인물
  * 윤종학 - 일본에 유학 중인 인물로서, 윤창식의 둘째 아들이며 윤 직원이 가장 믿는 인물. 하지만, 윤 직원의 기대와는 달리 사회주의자가 된 의식 있는 청년이다. 소설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핵심 사항 정리
    갈래  장(중)편 소설, 사회 소설, 풍자 소설, 사회 비판 소설
    성격  비판적, 풍자적, 해학적
    문체  판소리 사설의 원용(援用)-판소리 사설 문체, 해학적, 풍자적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배경  시간적 - 1930년대 서울  공간적 - 한 평민 출신의 대지주 집안
    주제  부정적 인물을 통해서 파악한 식민지 시기 퇴락한 삶의 비판(구한말 개화기에서 일제 시대에 이르는 윤장의 일가의 타락한 삶과 몰락의 과정)
    갈등  윤 직원 집안의 세대간의 가치관 차이로 인한 갈등
 
 
  생각해 봅시다
1. '태평 천하'의 표현상 특징을 살펴보자.
  ▶ ① '입니다'식의 경어체 - 판소리하는 창자(唱者)처럼 경어체를 빌려 독자와 가까운 위치에 서서 작중 인물을 조롱하고 희화했다.
     ② 작자의 직접적 개입 - 독자와 작중 인물 중간에 서서 작중 인물을 평하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점은 판소리 사설에서 창자가 하는 역할과 같다.
     ③ 반어와 희화를 통한 풍자 - 반어를 통한 희화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겉으로 추켜 올리면서 실제로는 격하, 비하(卑下)하는 반어적 표현에 의해 웃음거리가 되는 동시에 그들의 추악함을 폭로한다.
2. '태평 천하'의 화자에 대하여 살펴보자.
  ▶ 이 작품의 화자는 특이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방언, 속어, 비어 등을 사용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국악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고사를 사용하는 둥의 한문학적 지식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 화자는 판소리의 광대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판소리 화자는 텍스트와 독자(청중)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풍자와 해학을 시행한다. 이 소설의 성격은 이러한 판소리 광대의 특징을 수용한 화자가 결정하고 있다.  
3. '태평 천하'의 풍자 대상에 대하여 살펴보자.
  ▶ 부정적 인물의 성격이 강할수록 풍자의 농도는 심해지는데, 이 소설의 경우는 '윤 직원 영감'이 중요한 풍자 대상이 된다. 작품에서 풍자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인물은 윤 직원의 둘째 손자인 종학이뿐인데, 이는 작가가 종학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종학은 소설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윤 직원의 욕망의 표현 속에, 그리고 작품 후반부의 '동경에서 온 전보' 속에 잠깐 나타날 뿐이다.
4. 문체상의 특징이 주는 효과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독백적인 판소리 사설조 문체로 풍자적 성격과 해학적인 성격을 고조시키고 있다.
5. 경어체가 주는 효과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경어체를 씀으로써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하여 거리를 가깝게 하여 독자와 함께 인물을 조롱하고 풍자한다.
6. 방언과 비속어의 사용 효과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현장감을 살리고, 우수꽝스럽게 희화화함으로써 풍자성을 높여준다.
7. 윤 직원은 흥부전의 놀부가 현대적으로 바뀐 인물로 볼 때, 놀부와 윤 직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자.
  ▶ 공통점 ; 구두쇠,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 행동과 성격을 지닌 인물. 부당한 수단에 의한 치부, 신분 상승의 욕망을 지녔다는 점. 풍자의 대상이라는 점 등이다.
     차이점 ; 놀부가 봉건 시대의 서민형 지주의 모습이라면, 윤 직원은 근대 자본주의의 파행성 속에서 생성된 식민지의 친일적인 지주이다.
8. 이 작품의 화자와 판소리 광대를 비교해 보자.
  ▶ 인물들을 희화화해서 풍자하고 있다.
9. 이 작품을 현실에 대한 풍자성을 지닌 작품으로 볼 때, 현실을 반어적으로 풍자한 말을 찾아보고 그의미에 대하여 살펴보자.
  ▶ 태평천하 - 일제의 강압 통치 시대
10. 이 글에서 '-입니다' 식의 경어체가 작가, 작중 인물, 독자 사이의 거리감을 어떻게 나타내고 있는지 살펴보자.
  ▶ 작가와 독자가 한편이 되어 작중 인물을 저만치 두고 그 행위를 구경하는 관중이 되어 그것을 평가하기도 한다.(작가와 독자와 작중 인물의 중간에 서서 작중 인물을 평하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11. 이 작품에 영향을 미친 판소리와 관련지어 판소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 냉소적 비꼼과 경어체 사용, 작가가 개입하여 논평, 반어,희화, 풍자적 문체 등
 
 
☞ 이것만은 꼭 알아야
1. 이 작품에서 작중 인물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은?
  ▶ 사투리의 사용, 종결 어미 '--입니다'의 사용, 작자의 직접적 개입, 반어와 희화를 통한 풍자 등
2. '태평천하'라는 말이 풍자하는 내용을 살펴보자.
  ▶ 윤 직원 영감이 자신의 부와 안전을 보장해 주는 일제의 식민지 통치를 '태평천하'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실상 식민지 치하의 민족 전체의 삶은 그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음을 말한다.
3. 이 작품의 문체에 가장 강한 영향을 미친 우리 고전 예술의 양식은 판소리이다. 그렇다면 어떤 문체상의 특징이 위 전체 작품의 판소리 사설 문체와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자.
  ▶ 냉소적 비끔에 경어체를 사용한다든지, 작가가 직접 개입해서 논평하는 부분이나, 반어·희화·풍자적 문체 등을 판소리 사설 문체와 관련시킬 수 있다.
 
 
※ '태평 천하'의 성격
   ① 가족사 소설 - 염상섭의 '삼대'와 더불어 1930년대 대표적인 가족사 소설이다. 가족사 소설이란 여러 세대에 걸친 가문의 내력을 중심으로 사회 역사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소설로서 고전 소설의 '가문 소설' 계보에서 이어진다.
   ② 사회 소설 - 성격 묘사에다가 사회 전체의 실상을 암시하려는 성격 소설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③ 풍자 소설 - 일제 강점하의 현실을 태평 천하라고 믿는 주인공의 시국관에 대한 풍자를 말한다. 즉, 부정적인 인물들로 구성된 한 가족의 삶을 통해 한말, 개화기 세대의 가치관을 분석하고 일제 강점하의 사회 현실 극복 방식을 풍자적으로 암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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