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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산-김소월

by 이나공간 2019.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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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월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시메* 산골
영 넘어 갈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 길은
칠팔십리
도라 서서 육십리 가기도 했소

불귀*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히 속이라 잊으렷만
십오년 정분을 못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 (『개벽』40호, 1923.10)

* 시메 : 깊은 산골 지방.
* 불귀(不歸) :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뜻. 또는 죽음을 의미.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민족의 보편적 정서를 민요조에 담아 노래한 이 시인의 특성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고향을 떠나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닌 소월에게는 그의 발길이 머문 곳은 정들여 살던 곳이라 모두 고향이나 다름이 없다. 따라서, 항상 그곳을 잊지 못하고 뼈저리게 사랑하는 것이다. 체념해야 할 입장에 있으면서도 미련을 가짐으로써 시적 화자의 슬픔은 정한의 의미로 표출된다.
소월의 애절한 향수를 노래한 시편에는 {삭주구성}, {차안서선생삼수갑산운}, {여수2} 등이 있는데, 어느 경우에서나 고향을 그리는 질기고 또 변함없는 시정을 엿볼 수 있다.
▶ 성격 : 민요적, 향토적
▶ 운율 : 3음보의 율격
▶ 특징 : 반복적인 리듬감, 대화체의 친밀감
▶ 구성 : 기.승.전.결의 구성
① 기(1연) : 산새의 울고 있는 모습
② 승(2연) : 눈길의 여정(旅程)
③ 전(3연) : 떠나기를 주저하는 심정
④ 결(4연) : 잊을 수 없는 삼수갑산
▶ 제재 : 산새
▶ 주제 : 임을 만나지 못하는 정한과 비애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은 제4연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반복을 통해 강조하고 있는 시적 의미를 20자 내외로 쓰라.
☞ 삼수갑산에 돌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2. 이 시에서 ㉡과 같은 의미로 쓰인 말을 찾아 쓰라.
☞ 삼수갑산

3. 이 시에서 산새의 현실적 고뇌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시어를 찾아 쓰라.
☞ 고개(嶺)

4. 이 시에서 전래 동요적인 요소가 나타나 있는 연은 어느 연인가?
☞ 제1연

<감상의 길잡이>
이 시에서는 시적 화자와 오리나무 위의 새가 비슷한 정황에 놓여 있다. 오리나무 위에서 우는 새는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깊은 산이 그리워 돌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높은 고개를 넘어야만 갈 수 있기에 가지 못하고 울고 있다. 시적 화자도 정든 삼수갑산을 떠나 있으나, 고향이나 다름없는 그곳을 못 잊어 마음 속으로 울고 있다. 첩첩이 쌓인 눈길을 칠팔십 리나 걷지만 오히려 마음은 십오 년의 정분을 차마 못 잊어 뒷걸음쳐서 되돌아간다. 그러나 삼수갑산을 가는 길은 고갯길로 뻗어 있고,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다.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이 시에서 '영(嶺)'은 넘을 수 없는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넘어가려는 데 시적 화자의 슬픔이 있고 한이 있다. 고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깊은 산 속으로 날아가지 못하는 산새와,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삼수갑산이기에 지나온 세월의 정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주인공의 심정이 합치되어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 시에서는 자연에 대한 동경과 현실 생활에 대한 미련이 어우러져 화자가 겪는 내면의 갈등을 이룬다.
이 시에서 특징적인 것은 시의 리듬이다. '위에서', '울다', '왜 우노', '그래서 울지'에서 드러나는 '우' 음(音)의 연속은 운의 효과를 드러낸 것이다. 또한, '산에는 / 오는 눈 / 들에는 / 녹는 눈'의 대구 형식은 민요시의 특징인 반복적 리듬감을 보인 것이다.

 

출처:이만기의 국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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