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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조세희

by 이나공간 2019.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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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정리

  ▷갈래    중편 소설, 연작 소설

  ▷배경    시간적 ― 산업화가 한창이던 1970년대

               공간적 ― 서울의 재개발지역 낙원구 행복동

  ▷경향    사회 고발적, 사실주의적, 모더니즘적, 동화적, 환상적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1, 2, 3부가 각각 영수․영호․영희의 시점에서 서술되어 서술자와 서술 상황이 바뀌는 시점의 이동이 있음)

  ▷특징    동화적인 구도로서 단순 명료한 이분법적 대결 구도, 환상적인 성격을 지닌 공간설정, 주인공을 난쟁이로 설정하여 아름답고 환상적인 동화적 구도와 비극적 삶의 부조화로 비극성 강화

  ▷문체    짧고 냉정한 단문형 문체로 비극성 심화

  ▷주제    도시 빈민이 겪는 삶의 고통과 좌절



등장 인물

  ▷아버지(난쟁이)   변두리 생활로 전전. 삶의 절망 끝에 공장 굴뚝 위에서 ‘달나라’를 향해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작은 쇠공을 쏘아 올리다 추락사함

  ▷어머니    노동 현장에 뛰어들어 어렵게 가계를 꾸려 나감

  ▷큰아들(영수)   산업화 사회의 최하위 계급에 속하는 노동자 계층을 대표하는 인물로 여러 공장을 전전함. 노동 운동에 뛰어들어 고용주 측에 대항해 싸우다가 은강 그룹 회장의 동생을 죽이게 되어 사형 선고를 받음

  ▷둘째 아들(영호)   형과 함께 여러 공장을 다니다가 은강 전기 회사에서 연마(硏磨)일을 함. 형의 영향을 많이 받음

  ▷딸(영희)   팬지꽃의 이미지를 지닌 소녀. 아파트 입주권을 팔게 되자,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자신의 순결을 팔아 입주권과 돈을 되훔쳐 옴



구    성

이 작품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각 영수와 영호, 영희의 시각으로 서술되는 복합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1장    서술자는 난쟁이 큰아들인 영수. 철거통지서를 받는다. 가족들의 생활이 과거․대과거, 현재로 교차되면서 중첩되어 묘사됨

  ▷2장    서술자는 난쟁이의 둘째 아들 영호. 영희의 가출. 입주권을 투기업자에게 팔고 철거반원에 의해 집이 철거됨

▷3장    서술자는 난쟁이의 막내인 딸 영희. 투기업자에게 순결을 빼앗긴 영희는 금고 안에서 입주권과 돈을 들고 나와 입주 절차를 마치나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사회에 대해 절규함



줄 거 리

난쟁이인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 영수, 영호, 영희는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도시의 소외 빈민 계층이다. 실낱 같은 기대감 속에서 천국을 꿈꾸지만 통장으로부터 재개발 사업에 따른 철거 계고장이 날아들면서 그들의 비극은 시작된다.

영수네 동네인 낙원구 행복동 주민들 역시 야단법석이다. 그러나 낙원구 행복동 주민들 역시 극도로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결국, 철거는 간단하게 끝나 버리고, 그들의 손에는 아파트 입주 딱지만 주어진다. 그러나 입주권이 있어도 입주할 돈이 없는 행복동 사람들은 시에서 주겠다는 이주 보조금보다 돈을 더 얹어 주는 거간꾼들에게 이 입주권을 판다.

그동안 난쟁이 아버지가 채권 매매, 칼 갈기, 건물 유리 닦기, 수도 고치기 등의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였지만, 그마저 병에 걸려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어머니와 영수는 인쇄소와 제본 공장에 나가고, 영호와 영희는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투기업자들의 책략으로 입주권의 값이 오르고, 영수네도 마침내 승용차를 타고 온 사나이에게 입주권을 팔지만 명희 어머니에게 빌린 전셋돈을 갚고 나니 남는 돈이 없다.

영희는 아파트 입주권을 팔던 날, 자기 집 입주권을 사간 투기업자를 따라나섰고, 그의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순결을 빼앗긴 영희는 그 남자가 자기에게 했듯이 그의 얼굴에 마취를 하고 가방 속에 있던 입주권과 돈을 가지고 행복동 동사무소로 향한다. 서류 신청을 마친 영희는 가족을 찾기 위해, 이웃에 살던 신애 아주머니를 찾아간다.

아버지가 벽돌 공장에서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희는 큰오빠 영수에게 이렇게 말한다.“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버려.” 라고.



♠작품의 이해와 감상

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의 이면에는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내재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의 구조 속에서 1970년 11월에는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이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1970년대의 상대적 빈곤, 인간 소외, 도덕적 규범의 혼란 등이 작품의 주제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이러한 1970년대를 배경으로 탄생하였다. 작가는 ‘난쟁이 일가’로 대변되는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1970년대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던 우리 사회의 빈민 문제와 노동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하여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1980년대에 촉발된 민중문학의 모태가 되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소설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의 소설적 이념은 크게 사실주의와 모더니즘으로 요약될 수 있다. 사회적 문제를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태도에서 그려내었고, 사회적 문제를 사회 구조 자체에서 원인을 찾고 자본주의의 환금 가능성 논리를 비판하며, 그 속에 내재된 야만성을 냉철하게 인식시킨다. 난쟁이 일가와 대립하는 부도덕한 사회 구조 혹은 자본가, 유산자 계급은 현실적으로 양립하면서 결코 조화에 이르지 못한다.

기법면에서는 동화적인 이분법적이고 명료한 대립 구도 속에서 다양한 이미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아버지 ‘난쟁이’는 정상인과 화해할 수 없는 대립적 존재로, 산업화와 자본주의에 희생되는 인물이다. 그는 (후천적 노력의 부족이 아닌) 세습적이고 선전적인 문제로 인해, 난쟁이라는 사회적으로 열등한 위치에 고정된 존재, ‘김불이(金不伊)’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성과 이름이 없는, 존재성이 없는 존재이다. 그가 쏘아 올리려는 ‘쇠공’은 현실 타개의 희망을 상징하지만 억압적인 현실의 무게만큼 쏘아 올리고자 하는 희망의 무게도 무거움을 암시한다. 이와 같은 상징적 의미망 속에서 자연과학적이고 수학적인 소재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로 형상화되고 있으며,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와 현실을 적절하게 배합하고, 과거와 현재, 상징적 구조물들을 중첩시키고 있다. 이 작품의 이분법적 현실 인식을 떠받드는 것은 안과 겉을 구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3차원), 안이 곧 밖이고 바깥이 곧 안인 ‘클리인 씨의 병’(4차원)이 의미하듯, 그 잘못된 것 속에서 사는 우리는 모두, 신조차도 예외 없이 죄인이라는 강렬한 윤리관을 드러낸다. 짧고 냉정한 문장은 이 소설의 비극성을 한층 심화시키며, 연작 형태의 다양한 소설적 시각을 확립하고 1인칭 시점 속에서 초점 화자를 ‘영수 ⇒ 영호 ⇒ 영희’의 순서로 서술자와 서술 상황을 바꾸어 기술하며 시점을 이동하는 새로운 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조세희의 문학 세계는 1978년까지의〈난쟁이 시리즈〉에서 1983년까지의〈시간 여행〉을 거쳐 1985년〈침묵의 뿌리〉로 이어진다. 1978년 완결을 보게 된〈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연작은 같은 제목의 12편 연작 중 네 번째 것으로, 1976년 「문학과 지성」겨울호에 발표되었다. 그 연작의 소제목은 ‘뫼비우스의 띠’, ‘칼날’, ‘우주 여행’,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육교 위에서’, ‘궤도 회전’, ‘기계 도시’,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클라인 씨의 병’,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에필로그’ 이다. 이 작품은 노동자 계급의 소외로 압축되는 1970년대의 본격적인 사회적 갈등에 대한 문학적 보고서에 해당된다. 산업화 시대에 진입하기 시작한 부랑 노동자의 현실을 그린 황석영의 ‘객지’와 더불어, 1970년대 리얼리즘 문학의 가장 큰 성과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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