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불꽃-선우휘

by 이나공간 2019. 2. 11.
반응형

1919년 3월 서울에서 북으로 백여 리 떨어진 P교회에서 교인들이 주동이 되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선다. 태극기를 나누어 주던 키 큰 젊은이가 선두에 선다. 경찰에 의해 군중들은 삽시간에 사방으로 흩어지며 일행의 선두에 선 젊은이는 다리에 총을 맞고 부엉산 산마루 동굴 속으로 피한다. 그러나 출혈이 심하여 죽는다.

아들의 시체를 인도받은 싸전가게 주인 고영감은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아들을 공동묘지에 묻는다. 스무 살의 과부인 며느리는 아홉달 후 현을 낳는다. 고영감은 며느리에게 재가를 권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정중히 거절하고 아들과 함께 살면서 몰래 교회에 나간다. 영감은 이러한 며느리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열일곱 살 되던 해 여름 아버지의 묘를 찾은 현은 아버지가 예수교를 믿으면서 잘못되기 시작했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는다.

학교를 마친 현은 그저 평범한 농사꾼으로 지내려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일년 만에 어머니의 권유와 할아버지의 허락으로 유학을 떠난다. 일본의 승전은 대학의 강의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년 후 전세가 반전되자 하급간부의 부족을 느낀 일군 당국은 젊은 학생들을 전쟁터로 내몬다. 전쟁터로 나가는 야오야기를 보고 그는 측은하게 여긴다.

고향에 돌아온 현은 어떤 범죄의식에 사로잡혀 불안한 상태가 된다. 형사가 방문하자 그는 지원서에 서명한다. 입대한 현은 아무런 이유없이 사람을 죽여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탈영한다.

해방이 되자 그는 고향인 P마을로 돌아온다. 교사가 된 현은 교장과 전투적인 교사 사이에서 불미스런 사건으로 분노를 느끼고 사직한다. 전쟁이 나자 현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면서 모든 것을 외면한다. 월북한 연호는 현을 찾아와서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피력한다. 연호는 현의 태도에 증오를 느끼고 인민재판에 불러낸다. 재판 광경에 분노를 느낀 현은 총을 난사하고 도망친다.

저녁 무렵 현은 감추어둔 소련제 소총을 찾기 위해 부엉산 산마루에 있는 동굴을 찾아간다. 어제 저녁 현이 나타났다는 첩보를 입수한 연호는 고노인을 앞장세워 부엉산 산마루 동굴을 향해 올라간다. 고노인은 마지막이라고 느끼면서 악착같이 살려고 바둥거려 온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본다. 현을 살리려고 한 고노인은 동굴을 향해 고함을 지르다가 연호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 동시에 불을 뿜은 총에 연호가 쓰러진 것을 보고 현은 바위에 쓰러진다.

현은 목숨이 끊어져 가는 것을 느끼면서 자신은 태양의 빛을 꺼린 채 한번도 '살아본 일'이 없고 '있었을 뿐'이라고 느낀다. 현은 예기치 못한 새로운 힘이 움터옴을 느끼고 부서지는 껍질과 함께 무수한 불꽃이 튀는 상쾌함을 느낀다. 새로운 생명이 날개를 치면서 퍼득이기 시작한다.

 

    [인물의 성격]

chaelim0001.gif 고 현 → 삼일운동 때 만세를 부르다가 경찰의 총을 맞고 부엉산 동굴에서 숨진 키 큰 젊은이의 아들이다. 그는 학병으로 끌려가서도 자신과 무관한 전쟁을 피해 탈영을 하고 육이오가 터져서도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현실을 외면한다. 그러나 공산주의자가 되어 돌아온 죽마고운 연호가 자신을 인민재판에 내세움으로써 그는 현실에 뛰어든다. 동적인물

chaelim0001.gif 연호 → 현의 어릴 적의 친구로 월북했다가 공산당과 함께 고향에 내려와서 인민재판을 주도하는 인물.

chaelim0001.gif 고노인 → 싸전 가게를 운영하면서 아들의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살려고 무진 애를 쓰며 현을 현실순응자로 가르치면서 살아온 현의 할아버지이다. 현세주의적 철학의 소유자이며 개인적 이득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소아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손자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희생한다. 동적인물.

chaelim0001.gif 아버지 → 3,1만세운동 때 만세부르다가 총탄에 맞아 숨진, 순결한 영혼의 소유자이며 민족주의자임.

 

    [구성 단계]

    ※ 역전적 구성

chaelim0001.gif 발단 : 동굴 속에 피신하고 있는 '현'

chaelim0001.gif 전개 :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현'.

chaelim0001.gif 위기 : 공산주의자가 된 '연호'를 주먹으로 치고 동굴로 피신함

chaelim0001.gif 절정 : 할아버지의 죽음과 '현'의 탈출.

chaelim0001.gif 결말 :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갖게 되는 '현'.

 

    [이해와 감상]

<불꽃>은 전후 소설 중 역사적 사실을 과감하게 수용하여 서사성과 행동성을 회복시킨 선우휘의 중편소설이다. 3,1운동, 일제의 압정, 중일전쟁, 학병, 해방, 좌우대립, 6.25전쟁 등의 우리 믽고의 수난사를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주된 내용은 두 가지 인간형(할아버지와 아버지) 가운데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던 주인공 현의 과도기적 인간형을 그려냄으로써 6.25 전쟁 직후의 한국 젊은이들이 살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역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인공 고현은 어떠한 외부적 상황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여 그를 가만두지 않고 역사의 현장 깊숙한 데까지 끌어들인다. 그의 친구인 연호가 어떤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그를 인민재판의 현장으로 불러낸다. 그는 숨가쁘게 죄어오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억제된 본능을 노출시킨다. 살인행위나 다름없는 인민재판의 현장에서 그는 연호를 주먹으로 쓰러뜨리고 소통을 뺏어들어 난사한다. 그리하여 끝내는 그가 누릴 수 있는 조그만 자유마저도 빼앗기고 만다.  즉, 누구도 원치 않았던 격곧의 경사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역사의 현장으로 나선 수많은 민중들은 결국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역사의 심판을 받고 역사의 현장에서 이슬처럼 사라진다. 전쟁에 대한 허무의식과 공허감이 짙게 배어있다.

 

불꽃으로 타오르는 새로운 인생 ⇒ 현은 마지막 장면에서 "떠들어대어야 인생은 무의미할 뿐이라는 것을 알려 주자. 꺼리고 비웃는 데 그치지 말고 정면으로 알몸을 던져 거부하자." 는 적극적 행동으로의 변신을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그의 삶이 광기의 이데올로기를 꺼리고 비웃는 데 그치는 수준이라면, 한 단계 높은 것은,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면 대결이다. 현의 이러한 태도는 민족사의 오랜 질곡을 벗어나려는 작가의 대안이다. 여전히 민족의 불행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대응 방식은 타당성을 지니는 것이다.

 

작품의 제목인 '불꽃'은 현실 참여로 자기 개혁을 시도하는 양심의 행동을 상징하는 것이다. 신화적 의미에 있어서 '불'의이미지는 새 생명의 탄생, 혹은 재생력(再生力)의 의미를 담고 있다. 조각을 내며 부서지는 껍질고 무수히 튀는 불꽃은 바로 주인공 '현'의 새로운 탄생을 의미한다.

 

이 작품의 핵심은 인물들의 행동 변화에 모아져 있다. 현과 고노인은 모두 후반부에 가서 행동과 의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동적이고 입체적인 인물 유형이다. 물론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따라서 이 작품이 꾀하고 있는 주제 의식은, 신념의 행동화로 볼 수 있다. 이것은 행동주의적 일면을 가지는 것으로, 지식인의 사회참여를 부르짖는 태도이다. 작품의 힘찬 호흡과 박진감 넘치는 사건 전개도 이런 행동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핵심사항 정리]

갈래 : 중편소설, 전후소설

배경 : 역사의 소용돌이가 휩쓸고 지나간 삼팔선 부근의 마을

              삼일운동부터 한국전쟁까지

              기독교 사상, 샤머니즘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상 특징 : 내적 독백, 의식의 흐름

                         짧은 형식 속에 장편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 사건의 속도감은 한층 강화되고 문장의

              흐름이 상당히 빠르게 전개된다. 간결체 문장이 돋보이고, 체언 종지를 통해 감정의 응축을

              꾀하며, 거친 호흡의 역동성을 보이는 문장을 구사함.

주제 한국 근대사의 비극적 갈등을 극복하고 자기 개혁을 실천하는 한 인간의 결의

                부정한 이념에 대한 행동적 저항으로의 결의

 

    [생각해 볼 문제]

1. '동굴'이 상징성을 띠고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자.

⇒ 동굴은 은신처이면서 위기가 집중되는 상징적 공간이다. 따라서 삶의 치열성이 가장 극적으로 첨예화되는 곳인데, 아버지는 죽음을 불사하는 민족주의로, 현과 고노인은 새로운 행동적 삶으로 바뀌는 극점이 된다. 따라서 죽음과 새로운 삶이 함께 드러나는 곳으로, 부정과 생성의 이중적 의미를 띠는 상징적 공간이다.

 

2. 현의 변신은 앞으로의 행동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를 추리해서 말해 보자.

⇒ 연호로 대표되는 좌파 이데올로기의 경직성에 대항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3. '불꽃'의 상징적 의미는 ?

⇒ 현실도피적이거나 중도적인 삶의 태도에서 적극적인 현실 참여에로 향하는 의지의 분출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말

 

4. 이 소설이 행동주의적 성격을 가졌다고 할 때, 그것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 갈등과 문제에 대하여 관조적 태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로 대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서 그런 점이 뚜렷해진다.

 

 

 

 

불  꽃

                           선우휘

 

 줄거리

 주인공 현은3.1만세 사건에 앞장섰다가 일경의 총에 맞아 부엉산 산마루 동굴 속에서 죽어간 독립 운동가의 유복자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는'아버지를 두고 먼저 죽은 자식은 자식도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철저한 봉건적 사상으로 무장된 이기주의자로서 체면이나 의기보다는 현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실리주의자이다.

 

 어머니는 남편이 죽은 지 9개월만에 친정에서 현을 낳아 시집으로 돌아온다. 작가는 이 어머니의 참을성과 끈기로 일관한 삶을 통해서 대표적인 한국 여인상을 보여 주고 있다.

 

 어느 날 현이가 할아버지의 흠을 조롱하는 아이들과 맞서 싸우고 돌아오자 할아버지는 칭찬대신 무섭게 꾸중을 하면서 쓸데없이 위험한 짓은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후 현의 행동은 더욱 소극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으로 일관하게 된다. 현은 중학교 때 수영 선수로 1년간 활약하기도 하나 자유를 속박 당하는 것이 싫어서 그만두고 식물 채집 전념하기도 하다.

 

 청상 과부의 외로움을 달래면서 모든 희생을 감수해 온 어머니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현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여기서 현은 일본 교수의 선민 의식과 영웅주의적 감상에 반발하고, 학병이라는 명목으로 군대에 강제 징집되어 치중병이라는 직책을 맡게 된다. 무의미한 전쟁에 참가한 현은 보초를 서던 중 탈영하여 중국 대륙을 헤매다가 광복이 된 후에야 조국으로 돌아온다.

 

 P시에서 교편 생활을 시작한 현은 남의 일에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오로지 아이들 지도에만 전념한다. 그렇게 지내던 가운데 학교의 비리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3명의 교사가 체포되자 과감하게 교장과 맞서 부당한 처사에 대해서 맹렬히 공박하고 사표를 낸다. 그런 후 어머니와 농사를 지으면서 조용히 살아가려고 한다.

 

 북으로 갔던 친구 연호가 6.25가 터지자 거들먹거리며 돌아와 현이를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회유와 위협을 가하지만 현이는 청부업자들과 어울릴 수 없다며 거절한다. 연호는 철저하게 무관심 일변도로 나가는 현의 태도를 확인해 보려고 인민 재판장에 참여시킨다. 이때 평소 애정을 느껴 오던 조선생의 부친에게 몽둥이 세례가 가해지자 현은 '살인이다'라고 외치면서 연호를 때려눕히고 총을 탈취하여 아버지가 숨진 바로 그 동굴에서 은신한다.

 

 어느 날 연호는 현의 할아버지를 인질로 하여 동굴로 추적해 온다. 그때, 팔십 평생에 처음으로 무엇에도 구애되지 않는 순수한 자기 의지를 결정한 할아버지 고노인은 '현아, 너는 살아야 한다!'라는 외침과 함께 연호의 총에 맞아 쓰러지고 만다. 위기의 순간 연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현은 가물가물해지는 정신을 이어 가면서 생각에 잠기다.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청부업자들을 물리치고 자신의 독자적인 삶을 개척해야겠다'는 불꽃이 다시 일기 시작한 것이다.

 

 

  등장인물

* 현: 주인공. 할아버지와 아버지 사이에서 방황하는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인간형에서 보다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성격으로 변모하는 동적인 인물.

* 할아버지: 아버지와 정반대형의 인물로 철저한 현실주의자. 조상의 대를 잇는 것을 전부로 생각하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인물이었지만, 마지막엔 능동적인 인물로 변함. 동적인 인물

* 아버지: 민족적 신념에 불타 대의를 위해서 자신의 몸을 희생시키는 인물, 현실 참여주의자

* 어머니: 현을 위해서 일생을 헌신한 전통적인 한국의 여인상.

* 현:  현실 참여라는 새 차원의 삶을 시도하는 인물. 아버지 쪽으로 자신을 새롭게 창조해 가는 주인공  

* 연호: '현'의 친구. 열성 공산주의자. 기회주의적이고 야비한 인물.

* 조선생: 사회주의적 사고를 가졌으나 그녀의 아버지는 사회주의자들에게 살해당함. 현에게 애정을 가짐.

 

 

  핵심정리

* 갈래: 중편소설, 전후(戰後)소설(제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 배경: 시간(3·1운동부터 6·25까지) 공간(P고을, 일본, 중국 등)

* 문체: 박진감이 넘치면서 장중한 맛을 풍기는 문체

*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 내적 독백(interior monologue).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수법

* 구성: 역전적 구성

* 주제:  한국 근대사의 비극적 갈등을 극복하고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며 현실을 직시하는 인간형의 추구.

* 의의: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의 3대에 걸친 가족사, 3.1운동에서 6.25전쟁에 이르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가족의 고난, 즉 민족의 수난사를 고현이란 젊은이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구성(역전적 구성)

* 발단: 동굴 속에 피신하고 있는 현.

* 전개: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현.

* 위기: 인민재판의 폭력성에 분노를 폭발시키며 총을 난사하고 동굴로 피신함.

* 절정: 할아버지의 죽음과 현의 탈출.

* 결말: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갖게 되는 현.

 

 

  해설

 <불꽃>은 1957년 7월 <문학 예술>27호의 신인 특집에 당선한 작품이며 <사상계>에서 주관한 제2회 '동인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선우휘의 대표작이다.

 

 선우휘는 역사에 대한 한국인의 체념과 순응주의를 비판하고 인간의 의지적 행동을 강조함으로써 1950년대 '전후 문단'에 있어서 가장 발랄하고 선이 굵은 작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1965년을 전후해서 그는 초기의 행동적 의지와 참여주의적 자세를 버리고 점차 기성 체제에 대한 보수적 입장으로 전환하기 시작한다.

 

 <불꽃>은 작가 선우휘의 작품 세계에 있어 초기의 특징을 살린 작품으로 분량상으로는 긴 단편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3.1운동부터 6.25에 이르는 30여 년의 역사적 격동기를 배경으로 삼아 주인공 '현'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장편 소설적 구성을 취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심리 묘사에만 치중하던 그 당시 대부분의 작품 경향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실을 자기 작품에 과감히 수용하여 서사성을 회복하려고 시도하였다. 작가는 주인공 현에게 나타나는 두 가지 인간형을 통해서 갈등과 방황의 과도기적 인간형을 극복하고 새롭게 일어나는 '불꽃'처럼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의 새로운 한국인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불꽃의 심사평

이 작품은 분량상 중편에 속하지만, 구성상으로는 3·1 운동부터 한국 전쟁에 이르는 30여 년간의 세월을 배경으로 주인공 '현'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적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편이 제1부와 제2부로 나뉘어 있는데, 서사적 내용으로 보면 제1부에서 거의 끝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의식의 흐름으로 전개되는 제2부는 '현'과 '연호'의 마지막 대결로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이 작품은 발표 당시 문단에 적지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대부분의 단편 소설이 내면적 심리 묘사에 기운 데 비하여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작품 속에 과감히 수용하여 서사성(敍事性)을 회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또 두 가지 인간형(할아버지, 아버지)을 제시하고 그 갈등 속에서 방황하는 과도기적 인간형(고현)을 그림으로써 전쟁 직후 한국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세 운동에 앞장섰던 '현'의 아버지는 일제에 의해 희생당한다. 할아버지는 전형적인 전근대인으로 모든 화근(禍根)을 선친의 묏자리가 나쁜 탓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아버지의 저항 정신과 할아버지의 숙명론적 태도 사이에서 방황하던 '현'은 일제 말 학병으로 끌려갔다가 돌아온 후 좌우익의 대립과 인민 재판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발견한다. 이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생활 방식이던 수동적 자세를 버리고 아버지의 적극적 태도를 자신의 삶의 지표로 선택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공산주의자 '연호'에게 방아쇠를 당겼을 때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주저하지 않으며 '생명의 불꽃'을 느낀다.

 

 따라서, 이 작품의 표제인 '불꽃'은 바로 이와 같은 '현'의 새로운 생명 의식, 즉 현실 참여로 자기 개혁을 시도하는 새로운 행동의 제시라고 할 수 있다.

 

 

 참고

* '불꽃'의 상징성: 새 차원의 비약을 다짐하는 생명력.  현실참여

* '동굴'의 상징성: 현의 아버지가 죽은 '죽음'의 공간이며, 동시에 현의 할아버지와 현 자신에게 새로운 각성을 가능케 하는 '재생(再生)'의 공간임. 곧 소멸과 부활의 장소.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이 기법은 감각 지각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인 사고, 기억, 연상 등과 뒤섞이게 되는 등장 인물의 끊임없는 의식의 흐름을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인물의 무한한 사고를 통해서 의식과 무의식의 연속적인 흐름을 제시하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비문법적인 언어의 흐름을 하나로 묶는 결속체는 논리적 관계를 나타내는 문법의 틀보다는 병치(倂置)에 의해 작동하는 연상적 논리이다. 정신작용을 재현하는 의식의 흐름은 그 성공이 주의 깊은 선별 과정에 좌우됨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이고 억제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법'과 연관성이 많다.

        

우리 시의 경우 장경린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의식의 흐름을 활용한 시로 널리 평가받고 있다. 이 시는 의식의 흐름을 시간 단위별로 기술(記述)하고 있는데 이 때의 시간은 일상의 시간이 아니라 의식 속의 흘러가는 시간인 것이다.

 

 

반응형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김소월  (0) 2019.02.23
객지-황석영  (0) 2019.02.09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조세희  (0) 2019.02.06
비오는 날-손창섭  (0) 2019.02.02
잉여인간-손창섭  (0) 2019.02.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