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비오는 날-손창섭

by 이나공간 2019. 2. 2.
반응형

작가 소개 및 작품 경향

 손창섭(1922∼2010)

    소설가. 평양 출생. 1949년 <문예>지에 '공휴일'로 등단함. 음울한 분위기와 사실적 필치로 이상(異常) 인격의 인간형을 그려 내어 전후 우리 사회의 실상을 잘 반영하였다. 1950년대의 불안한 상황을 사실적 필치로 그려 내며 인간에 대한 모멸과 부정으로 가득찬 시각을 표현하였다. 특히 자전적인 세계를 작품에 반영하여 우울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자의식의 세계를 다루고 있으며,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창조되는 자폐적인 인간형과 다혈질적인 인간형은 그의 문학 세계의 인물론적 특성이다. 초기의 단편들은 심신 장애자가 주인공이고, 후기 단편들은 비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인간들이 주인공이다. 그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그는 소설에 기성 사회에 대한 '나'의 반발을 그리려고 하다가 보니 자연 냉소와 자조, 실의와 체념, 허위와 불신, 질서의 상실, 생활의 분열 등이 나타나게 된다고 하였다.

    손창섭 소설의 문체는 지적 비판이나 서정적, 시적 묘사를 목적하지 않고 정서 환기를 목적한다. 대개 '점착력 있는 집요한 문장'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정의된 그의 문장은 주의 환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가뜩이나, 걸핏하면, 툭하면, 벌컥' 따위의 부사들과 사건의 추이를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동시에 상황의 압도적 작용을 속도 있게 제시하는 '것이다'라는 종결 어미의 빈번한 사용으로 독자들의 의식 속에 사건보다는 그 사건에 의해 환기된 감정을 전달해 준다.('한국 문학사' 중에서)

    작품으로는 '인간 동물원초', '잉여인간', '낙서족', '혈서' 등이 있다.


<비 오는 날>

  감상의 길잡이

    대표적인 전후 소설로 실존주의와 휴머니즘이 반영된 작품이다. 사건 자체가 전쟁 후의 현실 적응 문제이며, 음울하고 절망적인 분위기와 병적인 인물들이 등장하여 당대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였다. 이 작품은 절망적인 상황과 그로 인해 정상적으로 사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전쟁이 가져다 준 물질적, 정신적인 상처와 전후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다. 그 방법에 있어서 작가는 끝까지 냉소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이 작품에서 짙은 허무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은 원구가 비 오는 날이면 동욱 남매를 생각한다는 현재의 상황에서 자신과 그들과의 관계, 그들의 행방불명 등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단순 플롯 형식이다. 또한, 작자가 원구와 동욱과 동옥에 대해 모르는 사실이 없다. 부산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갖는 전후의 황폐함과 비 오는 날의 음울함이 음산하기 이를 데 없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역사적 조건이 빚어 놓은 병리적 사회 현상이 개인을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아넣고, 그 상황 속에서 개인은 무기력하게 피폐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소설의 주제이다. 이 소설은 사회적 배경과 상황적 배경, 시간적 배경, 공간적 배경을 적절히 배합함으로써 생존의 비극성을 밀도 있게 구현해 내었다고 볼 수 있다.

 

  작품의 줄거리

    6·25 당시, 임시 수도 부산에 피난 온 대학생 원구는 친구 동욱의 집에 가 본 후부터,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들 남매에 대한 생각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동욱은 누이동생 동옥과 1·4 후퇴 때 월남하여 살고 있다. 동욱은 밥보다 술을 더 좋아한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형편으로 동옥이가 초상화를 그려서 그나마 해결하고 있는 형편이다. 동옥은 감수성이 예민한 여자로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를 절고 있다. 동욱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착실한 교인이며 목사 지망생이었다. 그러나 6·25 전쟁이 그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고 말았다.

    원구를 처음 만났을 때 적대감을 보이던 동옥은 만남이 되풀이되면서 점차 태도가 부드러워진다. 동욱은 원구에게 동옥과 결혼하기를 권유한다. 동욱 남매가 살고 있는 집은 그들의 비참한 생활만큼 황폐한 판자집이었다. 비가 갠 어느 날 리어카에 잡화를 벌여 놓은 원구에게 동욱이 찾아와서, 통역 장교 모집에 응시하려다가 수속이 복잡하여 그만두었다고 한다. 며칠 후, 원구가 동욱의 집에 찾아갔으나 동옥은 주인 노파에게 빌려 준 돈을 떼여 그녀의 얼굴에서 자조적인 웃음밖엔 발견할 수 없었다.

    다시 며칠 후, 동욱의 집을 찾아 든 원구를 동욱 남매가 아닌 낯선 사내가 주인이라며 맞는다. 그 사내는 동욱은 외출한 채 소식이 없고, 세 들어 살던 집마저 주인이 몰래 팔고 도망가고 동옥이도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동옥이는 얼굴이 반반하여 어디 가 몸을 판들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는 사내 말소리를 등지며, 원구는 자기가 동옥을 팔아먹었다는 죄책감에 빠진다.

  ▷ 발단 : 비가 내리는 날이면 원구에게는 동욱 남매의 음산한 생활 풍경이 회상됨.

  ▷ 전개 : 원구는 황폐한 동욱의 집을 방문하여 동욱과 그의 누이동생 동옥을 만남.

  ▷ 위기 : 동옥의 자조적인 웃음. 그들의 유일한 생계인 초상화 작업을 못하게 됨.

  ▷ 절정 : 동옥이 노파에게 돈을 떼이고, 세 들어 살던 집마저 떠나게 됨.

  ▷ 결말 : 원구가 그 집을 방문 했을 때 이미 그들은 떠나고, 그는 자책감에 빠져 돌아옴.

 

  등장 인물의 성격

  * 동욱 - 1·4후퇴시 불구인 여동생 동옥을 데리고 월남하여 미군의 초상화 주문을 맡아 생계를 꾸려 나가던 동욱은 초상화 주문을 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동옥을 버리고 가출해 버리는 절망적인 인물이다.

  * 동옥 - 불구의 몸으로 초상화를 그리는 일로 소일하는 동옥은 원구를 믿고 사랑하나 생계가 막연해지고 오빠마저 가출하자 어디론가 떠나 버리는 정적 인물이다.

  * 원구 - 이 소설의 나레이터로서 동욱 남매의 비참하고 절망적인 삶을 이야기하는 정적 인물이다.

 

  핵심 사항 정리

    갈래  단편 소설, 전후 소설, 실존주의 소설

    성격  실존주의, 휴머니즘

    문체  간결체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배경  시간적 - 여름의 비 오는 날   공간적 - 부산 동래 부근의 어느 외딴 마을

    주제  전후의 무기력한 삶과 인간성 회복(전쟁의 극한 상황이 가져다 준 인간의 무기력한 삶과 허무 의식)

    갈등

  ☞ 격변기 사회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의 허물어지는 모습을 예리하게 관찰한 작품이다. 

  

 

생각해 봅시다

 

 1. 이 작품에서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 극한 상황에 처한 무기력한 삶을 형상화하고자 함

 2. 이 작품의 문체상 특징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 종결 어미 '것이다'를 사용하여 사건을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동시에, 나레이터의 감정을 환기시키며 부정적 인물을 표현하였다.

 3. 이 작품의 표현상의 초점은?

  ▶ 이 소설은 인물과 배경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둔다. 배경은 전후의 시대성을 반영하며 무기력한 인간에 대한 조소를 담고 있다.

 4. 실존주의적 인간관의 입장에서 '비 오는 날'의 등장 인물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실존주의에서 인간은 세상에 내던져져 방향을 잃고 절대적 가치도 잃은 존재로 파악된다. 이러한 부정적 시작은 손창섭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공통된 특질이다. 이 소설에서 동욱이나 동옥은 그러한 속성을 잘 보여 준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동욱과 동옥은 신체상으로 불구일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절름발이 인생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삶 또한 인간 이하의 생활이다. 이 두 사람의 모습에서 우리는 냉소(冷笑)와 자조(自嘲), 실의(失意)와 체념, 위장된 시니시즘, 윤리적 파탄 등으로 얼룩진 전후의 우리 사회의 실상을 엿볼 수 있게 된다.

 5. 이 작품의 결말 부분 '이 놈, 네가 동옥을 팔아먹었구나 하는 흥분한 소리가 까마득히 먼 곳에서 자기를 향하고 날아오는 것 같은 착각에 오한을 느끼며, 원구는 호박 덩굴 우거진 밭두둑 길을 앓고 난 사람 모양 휘청거리는 다리로 걸어 나가는 것이었다.'에 나타난 원구의 심정을 살펴보자.

  ▶ 그녀를 돌보지 않았기에 결국 내가 동옥이를 팔아먹은 셈이 아니냐 하는 자책감

 6. 원구를 대하는 동옥의 태도가 어떻게 하여 형성되었는지 살펴보자.

  ▶ 동옥은 원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서도 무관심과 모멸과 반항적 태도를 드러내 보인다. 이는 그녀의 삶의 폐쇄성과 비정상성을 암시한다. 이러한 삶의 자세는 그녀가 다리 불구이며 전쟁에 의해 고향이라는 낙원을 잃어버린 현실과 관련된다.

 7. 이 작품에서는 등장 인물 사이의 대화가 직접 인용되지 않고 모두 간접 화법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것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 작가는 사건을 화자의 의식을 중시하여 간접화법으로 대화를 처리하고 있다. 이는 부정적 인간관을 표현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동옥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불구적인 삶은 무기력한 원구의 눈에 비친 외면적 사실과 그의 의식에 의해 진술됨으로써 더욱 암울한 것으로 되고, 작품의 분위기 또한 활기를 잃고 우울하며 절망적인 느낌을 주게 된다. 특히, '것이다'의 빈번한 사용은 사건의 추이를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독자들의 정서 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8. 집주인과 동옥, 원구의 관계를 생각할 때 동옥을 한 시대 사회의 희생자라 한다면 주인과 원구가 각자 동옥에 대해서 갖고 있는 관계로 보아 어떤 사회적인 의미를 지닌 인물인지 알아보자.

  ▶ 집주인은 동옥의 비극적 삶에 대해 동정이나 관심을 보이지 않는 비인간적인 인물로, 비정하고 메마른 사회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에 원구는 동옥의 가출에 깊은 자책감을 느끼는 인물로 비정한 현실 속에서 희망과 구원의 상징으로 등장하고 있다.

 

 

☞ 이것만은 꼭 알아야

 

 1. 이 작품의 배경으로 '비 오는 날'이 설정되어 있다. '풍경은 마음의 상태를 나타낸다'는 점과 관련하여 배경으로서의 그 효과는?

  ▶ 비 오는 날이 배경으로 설정된 것은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와 긴밀히 연결된다. 장마철의 눅눅함과 같은 끈끈한 불쾌감, 우울함이 이 작품의 주제와 관련하여 무기력함, 절망감을 선명히 드러낸다. ⇒ 암울하고 비참한 현실, 당시의 시대 분위기 조성, 전개될 이야기의 내용 암시, 비극적 결말의 암시

 2. 이 작품에 나타난 주제 의식은?  

  ▶ 인간 존재의 허무와 황폐화

 3. 이 작품의 주인공들의 무력감에서 유추할 수 있는 작자의 사상은?

  ▶ 실존주의.

 4. 지체 장애자인 동옥이가 상징하는 의미를 시대와 관련해서 생각해 보자.

  ▶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의지적 존재가 아닌 비극적이고 무기력한 인물로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의 전후 사회를 상징한다.

   ※ 실존주의란 사물이나 인간에 관한 보편적, 추상적인 본질을 부정하고 개별적, 구체적인 실존을 다루는 철학의 한 분야이다.

 

 

◈ 비교해 봅시다.

 

 1. 이 작품과 비슷한 주제를 형상화한 작품을 찾아 읽어보자.

  ▷ 장용학의 '요한 시집'

 

◈ 전후 문학의 양상

  ; 전쟁에 대한 체험을 문학에 투영하고 전쟁을 가능하게 했던 문명에 대한 비판을 통해 인간 상실을 회복하기 위한 휴머니즘 문학을 보여준다.

 ① 피해 의식의 문학 : 사회와 정치, 전쟁에서의 피해 의식을 주제로 하고 있다.

    예) 이범선 '오발탄', 손창섭 '비 오는 날'

 ② 반항의 문학 : 극한 상황에서의 자유와 실존의 문제를 주제로 한다. 예) 장용학 '요한 시집'

 ③ 고발의 문학 : 가치가 전도된 현실 고발을 주제로 한다. 예) 전광용 '꺼삐딴 리', 최인훈 '광장'


반응형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객지-황석영  (0) 2019.02.09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조세희  (0) 2019.02.06
잉여인간-손창섭  (0) 2019.02.01
감자-김동인  (0) 2019.01.25
무녀도-김동리  (0) 2019.01.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