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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생활

초보의 광주-부산 란도너스 코스 300km 라이딩 후기

by 이나공간 2022.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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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km짜리 란도너스는 몇번 해 봤지만 300km짜리는 한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 200km만 타도 체력이 방전 상태라 300km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시즌오프는 다가오고있고
체력은 시즌오프 직전이 가장 좋을 때 아니겠습니까.
또 내 인생에 오늘이 가장 젊을 때 입니다.
더 늦기전에 몇 년을 벼르고 벼르던 광주-부산 란도너스 코스를 도전해 봤습니다.


올해의 정식 광주-부산 란도너스는 9월 24일에 이미 마쳤습니다.
그래서 광주에서 부산까지를 결국 혼자서 라이딩 해야 했는데요.

우선 시기를 정해봅니다.

10월 말, 11월 초로 결정을 했습니다, 지리산의 단풍을 보고싶었고 바람도 최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죠.
10월 말 11월 초의 바람은 북서풍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바람이 우선 도와 주네요. 실제로 라이딩을 해 보면 거의 70~80프로가 뒤쪽바람 입니다.

다음은 준비물 체크

속도계, 전조등과 후미등, 보조배터리, 골전도 이어폰, 물통(물통1, 콜라1.. ㅎ)
에너지바, 핫팩, 진통제(통증 대비해서 챙깁시다), 무릎 테이핑
계좌이체를 준비하거나 현금을 준비하세요. 새벽시간대 모텔이나 시골 가게에서 카드 안받는 경우가 있어요.

복장은요

10월말 11월 초 복장은 참 애매합니다. 일교차가 크기 때문인데요.
저는 기본적인 봄, 가을 복장(긴팔 져지, 빕숏, 긴장갑)에서 상의는 동계용 이너웨어에 바람막이, 하의는 다리토시를 추가했습니다.
대신 슈커버는 착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외 나머지 추위는 핫팩으로 커버하기로 했어요. 핫팩은 쓰다가 버려도 되지만 슈커버나 옷가지들을 버릴수는 없잖아요.
고글은 새벽과 저녁 라이딩을 대비해서 클리어렌즈나 변색렌즈로 해야겠죠.

코스는 광주-부산 란도너스 코스로 하되

출발지는 광주 유스퀘어종합버스터미널 옆의 숙소에서 시작했고, 도착지는 원래 목적지인 을숙도가 아닌, 제 차가 있는 부산 낙동강의 삼락생태공원 주차장으로 잡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창녕함안보에서 부터 코스가 바뀌는데 거리는 별 차이가 안납니다.


라이딩 전날,
부산 낙동강 삼락공원에 차를 대고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22에 출발하는 광주행 버스를 탑승했습니다.

광주 터미널에 도착하면 새벽 1시
터미널 근처에 숙소를 잡으려 하는데
제 입장에서는 두세시간만 있어도 되지만, 숙소 사장님 입장에서는 그런건 중요하지 않겠죠.
아무리 허접한 여관을 가도 3만5천원을 부릅니다. 제가 놀라니까 3만원까지 딜이 들어왔습니다만, 발길을 돌리고 다른 곳을 찾았습니다. 누가봐도 이건 쌀 수 밖에 없다 싶은 곳이었는데요.
카드 단말기가 고장나지 않은 걸 알고 있지만 속아넘어가주고 현금 2만5천원에 입실하기로 했습니다.
출발이 늦으면 도착도 늦을 것이고 부산쪽에서 야간라이딩을 길게 하기가 싫어서 새벽 4시에 알람을 맞추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새벽 4시 20분..
드디어 라이딩을 시작했습니다.

라이딩 시작

새벽라이딩 솔라는 참 무섭습니다.. 뒤돌아 보면 제 후미등 빨간불 때문이라도 더 무섭기 때문에 뒤돌아보지 않기로 했어요.
광주 도심을 빠져나가 시골 논밭길, 낮은 산길 이런 곳 통과하고 담양의 메타세콰이어길을 지나고 섬진강 자전거길에 접어들어 한참을 달리면서
고양이는 많이도 만났구요. 고라니도 제 앞을 가로질러 튀어 가기도 했습니다.
멧돼지를 만나면 어떡하나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짜 봤는데 클릿슈즈 상태에서는 답이 없더이다..
해가 떠서 보니까 수많은 거미줄이 자전거며, 제 몸에 감겨져 있었습니다.
11월 초의 새벽은 생각보다 많이 춥네요. 손발이 얼어붙어서 감각이 없었어요.
6시 반쯤 되니까 해가 뜨기 시작했는데 햇볕이 이렇게나 따뜻하다는걸 새삼 느꼈습니다. 서서히 손발이 녹는게 느껴지더라구요.

멀리서 해가 뜨기 시작합니다

해가 뜨면 사람이 다니기 시작합니다.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반가워서 크게 인사하면 지나갔습니다.

섬진강 자전거길의 향가터널

날은 밝아져 기분이 좋아서인지 7시 즈음의 사진이 많군요.
아래는 섬진강 사진입니다. 이른 아침의 물안개가 엄청 멋집니다.

시골의 아침은 우리같은 라이더에게 상당히 위험합니다.
보급할 곳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게가 없거나, 있어도 문을 열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저의 첫 보급지는 8시 30분 쯤이 되어서야 나타납니다. 90km 쯤 달린 시점인데 주천면 행정복지센터 맞은편에 작은 슈퍼를 찾았습니다.
거기서 컵라면과 삶은 계란 3개, 박카스1병을 역시 현금으로 구입하고 라면 물은 행정복지센터를 이용했어요. 화장실도 이용했고 센터직원분께 충전할 거 충전도 부탁했습니다.
정신 없어서 사진을 남기지 못했군요.
이제 곧 첫번째 업힐이 시작됩니다.
광주부산 란도너스 코스에 있는 큰 두개의 업힐 중에 첫번째인 정령치를 어깨너머로 넘어가는 코스죠.
여기가 경사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서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최대 경사를 10프로 정도로 생각하고 천천히 꾸준히 올라가면 충분합니다.
이 곳이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단풍경치가 어마어마합니다. 힘든 줄도 모르고 두리번 거리면서 업힐을 올라갔네요.
갈 길이 멀어서 사진을 찍을까 말까를 몇번을 고민하다가 포인트 놓치고 찍은 사진이 한둘이 아닙니다.
겉에 입은 바람막이 때문에 져지 뒷주머니에서 폰을 꺼내기도 너무나 힘든 일이었어요.

고기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면 정령치가 나오고 직진으로 다운힐을 하면 우리가 가야 하는 코스입니다. 업힐은 그란폰도때나 하고 다운힐을 시작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약 내리막에 바람도 도와줘서 쉽게 달려집니다.
인월-산내-생초를 지나면서 상태에 따라 식사 또는 보급도 꾸준히 해 주면서 갑시다.
가을 경치가 너무나 이쁘죠.

경상남도에 진입
왼쪽으로 올라가면 말로만 듣던 오도재가 나옵니다. 우리는 직진


드디어 두번째 업힐입니다.
갈수록 경사도가 급해지는 업힐인데요. 이 곳을 넘고 나서도 갈 길이 멀기 때문에 무릎을 위해서 1km 정도는 무리하지 않고 맨발로 끌었습니다.

황매산 터널 정상

터널을 통과하고 다운힐을 하면서 앞에 보이는 풍경은 합천호 입니다.
저는 무슨 공사장 침사지인줄 알았습니다.
갈길이 멀고 폰 꺼내기 힘들어서 사진은 없어요.
중간에 이른 저녁을 먹고 보급도 하며

창녕함안보에 도착하게 되면 이제부터는 익숙한 길입니다.
약 240km 를 라이딩 했고 60km정도가 남았네요. 18시가 좀 안된 시간에 낙동강의 해가 지고 있습니다.


60km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바람에 창녕함안보에서 보급을 안했더니 슬 봉크가 올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하더라구요. 해가 지니까 또 다시 추위도 몰려왔습니다.
김해시내를 조심조심 통과해서 결국 16시간 36분 만에 삼락공원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소감

이번 광주-부산은 즐겁고 뿌듯한 기분만 남겨준 저의 인생라이딩이 되었습니다.

란도너스 코스 200km를 완주하고 힘들어 죽겠다 싶은 분들은 광주-부산은 무리일 것 같아요. 그런데 200km완주를 해도 힘든건 맞는데 죽을 정도는 아니다 하시는 분들은 광주-부산 꼭 도전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길이 너무 좋구요.
바람도 도와줍니다.
그래서 200km와 비교해도 약간 더 힘든 정도지 1.5배 더 힘든건 아니었습니다.
보급만 잘 해주신다면 충분히 완주가 가능할 걸로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을 계기로 매년 광주-부산을 진행해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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