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톱이야기1 모래톱이야기-김정한 이십년이 넘도록 내처 붓을 꺽거 오던 내가 새삼 이런 글을 끼적거리게 된 건 별안간 무슨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교원 노릇을 해 오던 탓으로 우련히 알게 된 한 소년과, 그의 젊은 홀어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그들이 살아오던 낙동강 하류의 어떤 외 진 모래톱-- 건우란 소년은 내가 직접 담임 했던 제자다. 당시 나는 K라는 소위 일류 중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낙동강 하류의 조마이섬 사람들은 땅에 대한 한 (恨)을 지니고 있다. 자기네 땅을 가지고 살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외세의 압제와 제도의 불합리에 말미암아 오늘에 이르도록 토지 소유의 혜택을 입지 못하고 사는 것이다. 일제 때는 동양척식(拓植)회사의 땅으로, 그 후에는 문둥이 수용소로 소유자가 바뀌었다. 건우네 집도 마찬가.. 2019. 1. 21. 이전 1 다음